아이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 회복탄력성
아이를 키우면서 요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인생에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일이 틀어질 수 있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기대했던 일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을 완전히 피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갔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여행 전체를 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왜 여기로 왔지?’, ‘시간을 다 버렸네’, ‘오늘 여행은 망했다’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당황하더라도 잠깐 상황을 받아들인 뒤 다시 방법을 찾는다. 주변을 둘러보고 지도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그러다 우연히 예쁜 카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장소를 구경하게 될 수도 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은 똑같지만 그 이후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인생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망쳤다는 사실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결과를 계속 후회하며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속상해하고 실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본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다음 시험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는다.
회복탄력성이 있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패해도 웃고, 힘든 일이 있어도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힘들면 힘들다고 느끼고, 속상하면 충분히 속상해하면서도 그 감정에 영원히 머물지 않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힘든 일을 겪었을 때 무조건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넘어져서 울고 있다면 “안 아파, 괜찮아”라고 바로 말하기보다 “많이 아팠겠다”라고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을 못 봐서 속상해한다면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서둘러 끝내기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속상하겠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인정받은 아이는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든데도 괜찮은 척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지금 속상해’, ‘실망했어’, ‘무서워’라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다시 회복하기도 쉽다.
두 번째는 실패를 자신의 가치와 연결하지 않는 것이다. 시험을 못 봤다고 해서 내가 못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다투었다고 해서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의 실패와 한 사람의 가치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힘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속상하고 화가 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감정을 정리한 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으로 넘어간다.
네 번째는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려울 때 부모에게 이야기하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다섯 번째는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여행에서 길을 잃었더라도 그곳에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찾는 사람은 어려운 시간을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다.
아이에게 이런 힘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가 모든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가 조금 어려워하는 순간마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 준다면 아이는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을 기회를 잃게 된다.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난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바로 도와주기보다 조금 더 시도해 볼 시간을 주고, 친구와 갈등이 생겼다고 바로 부모가 해결해 주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시 자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한 번 가르쳐서 완성되는 능력이 아닌 것 같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경험, 실패한 뒤 다시 시도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힘이다.
나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하더라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친구와 싸울 수도 있고, 시험을 망칠 수도 있고,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할 수도 있고, 열심히 준비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나는 끝났어’라고 생각하기보다 ‘속상하지만 다시 해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좋은 길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다시 방향을 찾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여행 중 길을 잃었을 때도 다시 지도를 펼쳐볼 수 있고, 시험을 망쳤을 때도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는 사람. 넘어졌을 때 한참 울더라도 결국 다시 일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
나는 내 아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인 나부터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부모는 작은 실수 하나에도 좌절한다면 아이는 말보다 부모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완벽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보다, 실수하고 속상해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아이에게 더 좋은 회복탄력성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인생에 모든 어려움을 없애줄 수는 없다. 부모가 아이 대신 모든 길을 걸어줄 수도 없다. 결국 언젠가는 아이 혼자 자신의 길에서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 아이에게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완벽한 성적도, 남들보다 앞서가는 능력도 아니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다시 방법을 찾고,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결국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아이가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넘어지지 않는 삶을 만들어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는 속상해해도 괜찮고, 실패한 날에는 잠시 주저앉아 있어도 괜찮다. 다만 그 자리에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울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고, 혼자 어렵다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처음 가보는 길이라면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
살다 보면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만나게 될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대신 그 순간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다시 해볼 수 있어.’라고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모든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리 아이가 늘 넘어지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넘어질 때마다 조금씩 단단해지고, 길을 잃었을 때는 잠시 멈춰 서서 다시 길을 찾고, 실패한 뒤에는 이전보다 조금 더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줄 수 없는 날이 오더라도, 아이 마음속 어딘가에 이런 문장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괜찮아. 지금은 조금 힘들 뿐이야.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어.’
그 한 문장을 스스로에게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길을 만나더라도 결국 자기만의 방법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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