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 많은 걱정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준비하면서도 막연하게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내 품에 안기는 순간부터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작은 숨소리 하나, 작은 움직임 하나가 모두 소중했고 동시에 걱정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가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다. 초보 엄마였던 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아이가 조금 오래 자도 걱정했고, 평소보다 덜 먹어도 걱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아이를 사랑했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걱정은 조금씩 커져 갔다. 특히 신생아 시절에는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SNS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한다. ‘이 시기 아기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런 모습은 정상인지’ 궁금해서 찾아본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을 가진 내용을 계속 보여준다. 한 번 찾아본 발달 관련 영상은 비슷한 영상으로 계속 이어졌다.
특히 자폐나 발달 관련 콘텐츠가 그랬다. 제목부터 너무 자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 행동을 하면 자폐입니다.”
“이것을 안 하면 위험 신호입니다.”
“이 시기에 꼭 확인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처음에는 혹시라도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봐 하나하나 눌러봤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는데 내가 모르고 지나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해졌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어 보였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행동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왜 다른 아기처럼 많이 웃지 않을까?”
“옹알이가 조금 적은 것 같은데 괜찮을까?”
“내가 부르면 바로 보지 않는 것 같은데 문제가 있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 아이는 원래 조금 조용한 기질을 가진 아이였다. 낯선 환경에서는 천천히 적응하는 편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크게 표현하기보다는 조용히 살피는 아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아이의 성향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했다.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른데, 나는 자꾸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다. 인터넷 속 아이들은 모두 빠르게 웃고,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을 빨리 시작하고, 누군가는 움직임이 빠르다. 누군가는 낯선 사람에게도 잘 웃고, 누군가는 엄마 품에서 천천히 세상을 알아간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그 차이를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혹시 뒤처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바라봤다.
돌이켜보면 신생아 시절은 정말 다시 오지 않는 귀한 시간이었다.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잡던 순간,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행복했던 순간,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간은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걱정했다. “지금 이 행동은 괜찮은 걸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눈앞에 있는 행복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에 마음을 빼앗겼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때의 아이는 아무 걱정 없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아이에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더 많은 마음을 썼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발달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변화를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모든 정보를 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오히려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SNS는 누군가의 특별한 순간만 보여주는 공간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 놀라운 발달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보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아이와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화면 속에는 그 아이의 모든 하루가 담겨 있지 않다. 우리 아이에게도 화면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성장 과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은 ‘무엇을 못 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를 더 많이 보려고 한다. 오늘 아이가 웃었는지, 새로운 것을 시도했는지, 엄마를 찾으며 안겼는지 그런 작은 순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에게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믿고 기다리는 완벽한 부모는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 걱정을 줄이는 방법도 배우고, 비교하지 않는 방법도 배우고, 아이를 믿어주는 방법도 조금씩 배워간다.
그때의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너무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걱정했고, 잘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더 불안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완벽하게 준비한 엄마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엄마라는 것을.
언젠가 지금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분명 신생아 시절을 그리워할 것이다. 작은 몸으로 내 품에 안겨 있던 순간,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던 순간, 하루하루 성장하던 그 시간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걱정보다 현재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 옆에서 웃고 있는 아이와 함께하는 오늘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이것이다. 아이의 성장은 비교가 아니라 기다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의 사랑은 걱정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는 마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때의 걱정 많았던 나도 아이를 사랑해서 그랬던 것이기에 이해해 주고 싶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조금 더 많이 웃어주고, 걱정보다는 아이의 작은 순간을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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