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걱정 중 하나는 아마 아이의 발달일 것이다. 특히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랬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라는 걱정도 함께 커졌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조금 느린 편이었다. 옹알이도 빠른 편은 아니었고, 엄마와 아빠라는 말도 또래보다 늦게 시작했다. 다른 아기들은 신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모습이 많지 않았다.
불러도 바로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다른 아기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큰 소리를 내고, 다양한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 괜히 비교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걱정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 것이다. 좋은 정보를 얻으려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걱정만 늘어나는 경험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아이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어떤 아이는 빠르게 표현하고, 어떤 아이는 충분히 관찰한 후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아이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정말 수다쟁이가 되었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다. 예전의 조용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다.
물론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엄청난 교육 방법이나 비싼 교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꾸준히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었다.
나는 노래가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장난감들을 많이 정리했다. 물론 그런 장난감들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보고 듣기만 하는 장난감보다 부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난감도 최대한 단순한 것들을 선택했다. 블록, 역할놀이 장난감, 소리가 나지 않는 장난감처럼 아이가 직접 움직이고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많이 활용했다.
예를 들어 블록을 가지고 놀 때도 그냥 아이 혼자 쌓게 두지 않았다. 내가 먼저 블록을 쌓으면서 “엄마가 더 높게 쌓아볼까?” 하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일부러 “어? 무너졌다!” 하면서 먼저 무너뜨렸다.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였다. “내가 해볼래”라는 마음이 생기고, 엄마와 함께 놀이에 참여하게 된다.
중요했던 것은 놀이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오가는 대화와 상호작용이었다. 아이가 블록을 쌓는 것보다 엄마와 눈을 맞추고, 웃고, 반응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많이 했던 것은 까꿍놀이였다.
요즘은 다양한 기능이 있는 장난감들이 많지만, 아이와 부모가 직접 마주 보고 하는 단순한 놀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가렸다가 보여주고, 웃어주고,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생긴다.
책도 많이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아이가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책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읽어주려고 하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아주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특히 똥이나 배변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 주제의 책을 자주 읽어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먼저 책을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책’이라는 기준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상 속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이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아이에게 많은 언어를 들려주려고 했다.
물을 줄 때도 그냥 “물”이라고 하지 않았다.
“물 마실까?”
“물 줄까?”
“주스 먹을까, 물 먹을까?”
이렇게 계속 문장을 만들어서 들려주었다.
간식을 줄 때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사과 먹을까? 바나나 먹을까?”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단순히 말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이 되었다.
또 아이가 무언가를 찾을 때도 바로 가져다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찾으면 “없네” 하고 바로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다녔다.
“침대에는 없네?”
“그럼 소파에 가볼까?”
“소파에도 없네?”
“저기 식탁 옆에 있을까?”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많은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해준 것은 특별한 교육이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많이 바라보고, 많이 말 걸어주고, 아이가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 전부였다.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왜 다른 아이들보다 느릴까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부모는 빨리 성장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
말이 늦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에게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을 계속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그때의 걱정 많았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조금 기다려도 괜찮아. 아이는 생각보다 잘 자라고 있어.”
아이의 성장은 경쟁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어떻게 걸어가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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