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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by yongyongsfam 2026. 9. 8.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방법 중 첫 번째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감정을 느낀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서운할 수도 있고,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할 수도 있다. 때로는 나도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나 지금 화났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시당한 것 같아서 속상해.’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실망했어.’

‘사실 화가 난 게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은 것 같아서 서운했어.’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능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그 마음에 맞는 단어를 찾아 표현하는 능력.

이 능력이 있으면 감정을 무조건 참거나 반대로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런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가장 먼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감정을 조절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부모가 화가 날 때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을 폭발시킨다면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그 모습을 더 강하게 배울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화가 나는 순간에도 잠시 멈추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것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 떼를 쓰는 상황에서 엄마도 순간적으로 화가 날 수 있다.

그럴 때 무조건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엄마 지금 조금 화가 나려고 해. 그래서 잠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할게.”

라고 말해볼 수 있다.

또 너무 피곤한 날에는

“엄마 오늘은 많이 피곤해서 조금 쉬고 싶어.”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속상했다면

“엄마도 그 말을 들으니까 조금 속상했어.”

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아이가 계속 보다 보면 감정이라는 것이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 생겼다고 무조건 행동으로 터뜨려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감정은 느껴도 되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것이 아이가 감정을 조절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 조절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는 다르다.

화가 났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감정 조절은 아니다.

속상한데 참는 것도 감정 조절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나는 지금 속상하구나’라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린 뒤,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하는 것이 진짜 감정 조절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예민하지?’

‘정말 화가 난 걸까?’

‘사실은 피곤한 건 아닐까?’

‘내가 서운했던 걸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굉장히 좋은 감정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아이의 감정 표현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감정 표현이 등장한다.

기쁘다, 슬프다, 화가 난다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운하다, 속상하다, 부끄럽다, 긴장된다, 걱정된다, 억울하다, 외롭다, 뿌듯하다, 아쉽다, 질투가 난다, 당황스럽다, 무섭다처럼 정말 다양한 감정이 나온다.

아이들은 책 속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런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책 속 주인공이 친구와 놀고 싶었는데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아서 속상해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아이는 ‘속상하다’라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주인공이 무서운 곳에 혼자 남겨졌다면 ‘무섭다’라는 감정을 알게 되고, 무언가를 해냈다면 ‘뿌듯하다’라는 감정을 접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의 이름을 알고 있는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단어를 꺼내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그냥 울기만 했다면,

‘나 속상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소리를 질렀다면,

‘나 화났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엄마에게 매달리기만 했다면,

‘나 무서워.’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모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마다 기질도 다르고 발달 속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접하는 것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책을 읽고 끝내는 것보다 책 속 상황과 아이의 경험을 연결해서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왜 울었을까?”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서 속상했나 봐.”

“너도 전에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갔을 때 속상했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는 책 속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도 떠올릴 수 있다.

꼭 정답을 맞힐 필요도 없다.

“주인공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부모가 아이에게 감정에 관한 질문을 너무 어렵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네 감정은 무엇이야?”

이렇게 물으면 어린아이에게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대신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니까 속상했어?”

“엄마가 안아줘서 기분이 좋아?”

“처음 보는 곳이라 조금 무서웠어?”

“열심히 만들었는데 무너져서 아쉬웠겠다.”

이렇게 부모가 먼저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면 아이는 조금씩 그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는 그 말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나 속상해”라고 말했는데 부모가 “그게 뭐가 속상해”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을 점점 꺼릴 수 있다.

반대로

“속상했구나.”

“그럴 수 있지.”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라고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준다는 뜻은 아니다.

“네가 화난 건 알아.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건 안 돼.”

“속상한 건 괜찮아. 그렇지만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돼.”

이렇게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에는 기준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를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는 것.

속상하면서도 물건을 던지지 않는 것.

질투가 나더라도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는 것.

내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진짜 감정 조절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라고 해놓고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비웃는다면 아이는 점점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다.

“무섭다고?”

“그게 뭐가 무서워.”

“그 정도 가지고 울어?”

“별것도 아닌데 왜 그래.”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 아이에게는 정말 큰일일 수 있다.

그 감정을 부모가 똑같이 느껴줄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은 인정해줄 수 있다.

“엄마한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너한테는 많이 무서웠구나.”

이 한마디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책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접하게 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부모 역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감정을 잘 표현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먼저 존중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말했을 때 혼나지 않는다는 것.

속상하다고 말해도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

무섭다고 말해도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화가 났다고 말해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 내 감정을 완벽하게 다루지는 못한다.

어떤 날은 별일 아닌데 예민해지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친다는 것이 결국 나 자신에게도 감정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의 이유를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잠시 멈추고,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말로 전달하는 것.

이런 작은 연습을 아이와 함께 해나가고 싶다.

나는 아이가 늘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슬픈 날에는 슬퍼해도 되고, 화가 날 때는 화가 난다고 말해도 되고, 무서운 일이 생기면 무섭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서 행동으로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아주 큰 세상에서 힘든 일을 만났을 때도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지금 많이 힘들어.”

“이 일이 너무 속상해.”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아.”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다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다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회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혼자 삼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

나는 우리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